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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읽기] '트럼프 불복'이 가져온 복잡한 경우의 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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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끝났지만 미국에서 이런 식의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나라가 둘로 갈리고, 한쪽은 ‘미국판 정신 승리’를 주장하며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행동을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트럼프는 왜 이렇게 대권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설(說)이 있다.

먼저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지 못한 것은 치욕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230년간 재선에 실패한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를 포함해 11명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대선 불복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그래서 또 다른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트럼프가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면책특권이 보장되는 대통령직(職)이라는 주장이다. 트럼프는 탈세부터 시작해서 매우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트럼프가 대선 불복 카드를 이용해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자신에 대한 사면을 협상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외교와 안보 전문가, 그리고 상원 법사위원장을 역임해 협상의 달인으로 평가받는 바이든 당선인이 과연 이런 협상 제의에 응할지는 모르겠다. 물론 미국 전통상,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닉슨의 ‘워터게이트’를 비롯해 역대 많은 정권에서 다양한 ‘게이트’가 있었지만, 대통령이 감옥에 간 적은 거의 없다. 과거 청산이 또 다른 복수를 부를 수 있다는 지혜에서 비롯된 결과다.

트럼프도 이런 관례에 해당될 수 있다. 다만 앞서 언급한 사건 대부분은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불법을 저질렀다기보다는 불법에 간접 연루됐거나 재임 시 추진한 정책에 관련한 사건이 대부분이다. 반면, 지금 트럼프에게 제기되는 의혹은 트럼프가 직접 관련된 ‘개인적’ 의혹이다.

제기되는 또 다른 가능성은 선거 결과 불복을 통해 지지자들을 묶어놓고, 2024년 대선 때 다시 한 번 대권에 도전하는 시나리오다. 대통령을 한번 지낸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 다시 도전할 수 있을까? 미국은 대통령 연임제가 아닌 중임제를 채택하고 있어 가능하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중도층을 끌어와야 한다. 그런데 트럼프 선거 전략의 핵심은 자신을 지지하는 계층을 되도록 많이 투표장에 가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이는 ‘갈라치기 정치’를 하는 정치인의 전형적인 선거 전략이다. ‘갈라치기’ 정치의 한계는 중도를 포섭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신의 지지층이 빠짐없이 투표를 하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선거 전략일 수 있다. 물론 이런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지지율을 유지해야 한다. 트럼프는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50%를 넘은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40%대 지지는 꾸준히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식의 선거 전략이 가능했다.

트럼프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언제까지 트럼프가 대선을 사기라고 주장하며 선거 결과에 불복할 것인가가 관심사다. 불복 기간이 길면 길수록, 미국 정치권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 세계 경제와 외교 역시 매우 혼란스러워질 것이 분명하다. 또한, 미국 국내적으로도 소요나 폭력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언제까지 선거 결과에 불복할 것인가를 추론해보자. 트럼프가 대선 결과에 불복을 하면서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트럼프가 제기한 소송을 살펴봐야 한다. 일단 그는 재검표 관련 소송을 다수 제기했다. 위스콘신을 비롯해 몇몇 주(州)는, 두 후보 간 득표 차이가 1% 이하일 경우 재검표를 요구할 수 있게 돼 있다. 재검표 요구를 받은 주 상당수는 이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되면 재검표가 끝날 때까지 트럼프는 자신의 불복 입장을 유지할 수 있다.

또 다른 경우의 수는, 이른바 우편투표 문제를 들며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경우다. 이때는 매우 복잡해진다. 연방법률에는 대통령 선거인단이 각 주에 모여 선거인단 투표를 하는 12월 14일의 6일 전까지 ‘각 주의 선거 관련 논란 종식의 의무’가 명시돼 있다. 문제는 12월 14일의 6일 전, 즉 12월 8일까지 ‘선거 관련 논란’이 종식되지 않을 경우다. 이때 선거인단 구성이 혼란에 빠지는 주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A라는 주에서 바이든이 승리했다고 가정하면, 주지사는 이 투표 결과를 반영해 바이든 측 선거인단 명부를 연방에 제출할 테다. 그러나 공화당이 지배하는 주 의회가 선거 절차상 하자를 주장하며 주지사의 선거인 명부 제출에 반발하면, 주 의회가 자체적으로 정한 선거인단 명부를 연방에 별도로 제출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주 의회가 자신들의 선거인단 선출 권리를 주장하면 얼마든지 명부가 이중으로 연방에 제출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위스콘신과 미시간을 비롯한 다수의 주는, 주지사는 민주당이지만 주 의회는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1960년 대선 당시, 하와이주에서 닉슨과 케네디 두 후보 간 소송전이 벌어지면서 유사한 상황이 벌어진 바 있다. 주지사와 주 의회가 각각 선거인단 명부를 작성한 것이다. 당시 닉슨 후보가 포기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만일 트럼프가 닉슨처럼 포기하지 않는다면, 상황은 아주 복잡해지고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공화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나서는 것이다. 공화당 유력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복을 주장하고 나서면 공화당 소속 주지사나 공화당이 다수를 점하는 주 의회가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선거 결과에 따른 선거인 명부를 마찰 없이 연방에 제출할 확률이 높아진다.

미국 대선과 관련,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부통령으로 당선됐다는 점이다.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은 미국의 첫 여성 부통령이자, 미국 역사상 첫 유색인종 부통령이다. 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다양한 측면에서 그녀가 미국 역사상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은 과거 부통령처럼 대통령을 그늘 속에서 ‘조용히’ 보좌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은 분권형 리더십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아 부통령의 역할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또 차기 대선에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하지 않는다면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우리의 대미 외교도 바이든 대통령 측은 물론이고, 별도로 해리스 부통령과도 긴밀한 관계를 쌓아 놓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미국의 분열상과 대선 불복 사태는 적법한 절차로 탄생한 대통령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망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상대를 적으로 돌리고, 자신만이 선하며 진영 논리를 상식인 양 주장하는 것은 결국 민주주의를 혼란에 빠뜨린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84호 (2020.11.18~11.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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