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전에 정치전·홍보전 조합
동정·사이버·종교·이념 무기화
21세기 하이브리드 전쟁 치러
하마스, 전력격차 커도 선제공격
유도도 되지 않는 로켓으로 위협
무너뜨리진 못해도 피해는 가능
피해·동정심도 무기화하며 여론전
이스라엘, 공포 전술화와 기만작전
참수작전, 20년간 벌여도 헛발질만
아이언 돔으로 로켓 막아 국민안심
한국 안보환경, 이스라엘과 비슷
로켓·지하갱도화·선전전·이념전까지

5월 24일 가자지구의 가자시티에서 한 남자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배경으로 서서 달을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작전명 | 뜨거운여름 | 2008·2009 가자전쟁 | 방어의기둥 | 2014 가자전쟁 | 검은 벨트 | 장벽의수호자 |
개시일 | 2008년 2월28일 | 2008년12월27일 | 2012년11월14일 | 2014년7월8일 | 2019년11월14일 | 2021년5월10일 |
기간 | 5일 | 23일 | 8일 | 50일 | 6일 | 11일 |
이스라엘 사망 | 3 | 13 | 6 | 74 | 0 | 13 |
부상 | 43 | 317 | 240 | 2270 | 50 | 345 |
가자 전체 사망 | 160 | 1387 | 223 | 2203 | 39 | 248 |
민간인 사망 | 54 | 773 | 68 | 795 | 13 | 122 |
부상 | 350 | 5380 | 470 | 1만298 | 111 | 1948 |
가자 로켓 발사 | 230 | 852 | 1506 | 4594 | 450 | 4360 |
일 평균 발사 | 46 | 37 | 188 | 91 | 75 | 396 |
요격·저지 | 0 | 0 | 431 | 735 | 167 | 1600(추정) |
이스라엘 휴전 반대 여론 많아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국민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현지 방송인 채널12가 휴전 뒤 실시한 첫 여론조사를 일간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이 23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흥미롭다. 이번 전쟁에서 ‘어느 쪽도 이기지 못했다’는 의견이 50%, ‘이스라엘 승리’는 28%, ‘하마스 승리’가 16%였다.
휴전으로 평화를 얻었다고 믿는 사람도 많지 않다. 휴전이 ‘3년 이상 지속할 것’이라는 의견은 9%에 지나지 않았고, ‘1년을 가지 않을 것’으로 본 사람이 43%나 됐다.

가자지구에서 10km 떨어진 이스라엘 도시 아슈켈론에서 5월 11일 시민들이 하마스의 로켓 공격에 대비해 콘크리트 방호벽 뒤에 피신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휴전에 대한 의견(조사: 이스라엘 채널12 조사/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보도)
전체 | 지지 | 35% |
반대 | 47% | |
우파 | 지지 | 28% |
반대 | 58% | |
중도좌파 | 지지 | 49% |
반대 | 30% |
누가 이겼다고 보나?
어느 쪽도 아니다 | 50% |
이스라엘 승리 | 28% |
하마스 승리 | 16% |
양쪽 모두 | 2% |
휴전이 얼마나 지속할 것으로 보나?
6개월 미만 | 24% |
6개월~1년 | 19% |
1년~2년 | 12% |
2~3년 | 12% |
3년 이상 | 9% |
모름 | 24% |

이스라엘, 비상식적 하마스 전술에 당해
주목되는 것은 기존의 군사·외교 상식을 뛰어넘는 하마스의 독특한 의사결정과 전쟁 수행 방식이다. 통상 전력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으면 전쟁을 먼저 시작하지 않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하마스는 로켓으로 ‘군사 대국’ 이스라엘을 선제공격했다. 압도적인 군사력이 상대방 무력 사용을 막아주는 억제력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적화 통일을 목표로 삼는 북한을 눈앞에 두고 있는 대한민국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북한의 전력, 특히 로켓 전력은 하마스와 비교도 할 수 없다. 핵과 미사일은 물론, 사거리도 길고 유도도 되는 미사일급 다연장로켓까지 북한은 다양한 공격용 무기를 개발해왔다.

이스라엘 국방비, 가자지구 GDP 수준
이스라엘은 전투기 F-15를 83기, F-16을 225기 운용한다. F-15 59기와 F-16 162기를 운용하는 대한민국 공군보다 더 많다. 하마스는 지난 10일 이런 이스라엘에 로켓탄으로 선제공격을 가했다. 그렇다면 하마스의 로켓 전력은 어느 정도인가. 글로벌 통계사이트인 스테이티스타는 하마스가 사거리 12~160㎞의 로켓을 9종류 이상 자체 개발·생산한다고 전했다. 그 외에도 이란과 시리아에서 지원받은 로켓도 갖추고 있다.
![하마스 로켓 사정권. [자료=BBC 웹사이트 캡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5/25/d896c445-b367-4745-9585-bfe4eb61aba7.jpg)
하마스 로켓 사정권. [자료=BBC 웹사이트 캡쳐]
이스라엘 전역이 하마스 로켓 사거리
가자에서 불과 10㎞ 떨어진 이스라엘 항구도시 아슈켈론은 특히 집중적인 로켓 공격을 받았다. 최대 도시이자 경제중심지인 텔아비브와 벤구리온 국제공항은 75㎞, 의회와 중앙행정기관이 몰린 예루살렘은 80㎞쯤 떨어져 있는데 로켓이 떨어졌다. 최대 항구도시이자 이스라엘 해안선의 사실상 북쪽 끝인 하이파는 160㎞ 거리에 있는데 이번에는 공격받지 않았지만, 과거 로켓탄이 떨어진 적이 있다. 이처럼 이스라엘 전역이 하마스의 로켓 타격 범위 안이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집이 무너지자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5월 24일 텐트를 치고 지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동정심·공포심도 무기화 하이브리드 전쟁
도발 위협과 로켓 무기의 위험성도 문제지만, 가장 묵직한 부분은 새로운 전쟁 양상이다. 이번 전쟁에서 전 세계는 아이언 돔 같은 독특하고 효과 큰 방어무기에 주목했지만, 물밑에선 도·감청·사이버전 등 정보 전력 경쟁과 홍보전·이념전·정치전도 치열했다.

하마스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가 5월 24일 이즈알딘알카삼 여단 대원의 아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아이는 하마스를 나타내는 머리띠를 메고 장난감 자동소총을 들고 있다.이 아니의 아버지는 최근의 전투에서 숨졌다. AFP=연합뉴스
이번 전쟁을 새로운 21세기형 하이브리드 전쟁의 양상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21년 가자전쟁은 정규전은 물론 비정규전·사이버전·정보전에 정치전·홍보전까지 조합한 전방위 전쟁이었다. 군사 외에도 종교·사상·심리·문화·사이버역량·정치·경제 등 모든 사회 요소를 무기 삼아 싸운 본격적인 하이브리드 전쟁이었다.
하마스는 홍보전술을 앞세웠다. 심지어 인간의 공포심과 동정심도 무기화했다 하마스는 사망자 발표 시 ‘어린이 몇 명, 여성 몇 명 포함’을 꼭 집어넣었다. 가자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건물의 잔해 사이에 모여 폭격으로 사망한 일가족의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은 보는 이의 슬픔을 불렀다. 그들이 누구인지보다 일가족이 폭격으로 사망했다는 데 관심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 여론은 들끓었다. 하마스가 인적·물적 피해를 보면 입을수록 국제 여론에선 유리해지는 형국이다. 하마스는 자금과 전력의 절대적인 열세에도 홍보전에선 밀리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스ㅏ엘의 폭격으로 무너진 가자시티의 잘라 타워의 공중 사진. AP통신과 알 자지라 등 글로벌 미디어사가 입주해 있었다. 이스라엘은 이 건물을 폭격하기에 앞서 주인에게 전화해 모든 사람을 철수시키도록 했다. AFP=연합뉴스
폭격할 건물에 사전 경고 전화…기만작전도 벌여
전화를 받은 건물주는 물론 대피하는 사람까지 혼비백산할 수밖에 없다. 공포의 극대화다. 폭격도 폭격이지만 건물주의 휴대전화까지 파악하고 있는 정보·통신전·전자전 능력은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하기에 충분하다. 고도의 심리전이자 정보력과 인도주의 부문에서 처절한 우위 경쟁이다. 이스라엘의 감청과 사이버 전술 부대인 8200부대를 비롯한 정보 부대의 전력을 총동원한 결과일 것이다. 일상적인 정보활동과 훈련이 전시에 효과를 본 셈이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5월 11일 폭격이 예고된 건물에서 황급히 대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신뢰와 기습 기회를 맞바꾸다…기만작전
이스라엘은 100㎞에 이르는 하마스가 무기 저장고, 병력 대피소, 이동로로 사용해온 지하 터널을 파악해 파괴했다고만 홍보했다. 하지만 하마스의 로켓 공격은 휴전 직전까지 계속된 것으로 봐서 지하 터널 네트워크의 붕괴로 이어지진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대신 이스라엘은 전 세계 언론의 신뢰를 잃었다. 득실은 분명하지 않다.

5월 13일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고 있는 가지시티. AP=연합뉴스
하마스 사령관 데이프 참수 작전, 번번이 실패
CNN에 따르면 2002년 9월 공습에서 데이프가 숨졌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얼마 뒤 그의 생존을 확인했다. 2004년 10월 공습에선 부관만 숨졌다고 BBC가 보도했다.
가자발 AP통신에 따르면 2006년엔 하마스 지도부가 회의를 여는 건물을 이스라엘의 F-16기가 공습했다. 거기에 있던 데이프는 목숨을 구했지만, 척추를 다쳐 그 뒤로 휠체어를 타고 다니게 됐다. 그는 아흐메드 자바리를 부사령관으로 삼아 필요할 때 자신을 대신하게 했다. 자바리는 2012년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으로 숨져 현 부사령관인 마르완 이사가 후임을 맡았다.
CBS에 따르면 2014년 8월엔 이스라엘 F-16기의 공습으로 부인 중 한 명과 7개월 된 아들 알리, 3살 된 딸 사라를 잃었지만, 본인은 살아남았다. 데이프의 독이 잔뜩 오를 수밖에 없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하마스가 2014년 7월과 8월 이스라엘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가자지구에서 23명을 즉결 처형하고 수십 명을 체포해 고문했다고 비난했다. 대대적인 처형은 데이프 가족의 사망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예루살렘 포스트에 따르면 2015년 4월엔 또 다른 암살 기도에서 살아남았다. 2021년 가자전쟁 기간 중 이스라엘은 집요하게 데이프에 대한 참수 작전을 진행해 두 차례에 걸쳐 공격을 가했지만 둘 다 마지막 순간에 위기를 모면했다.
이 과정에서 미디어 빌딩과 주택·상업시설만 파괴해 적지 않은 민간인 사망자를 냈다. 이른바 ‘부수적 피해’로 불리는 무고한 희생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학교에 무기를 숨기고, 병원에 병력을 감추고 미디어 빌딩에서 요원들이 활동했다고 항변했지만, 비난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에서도 참수 작전은 필수로 꼽힌다. 국군이 관련 부대도 창설하고, 동맹군도 관련 전력이 한반도를 오간다. 하지만 이 작전은 참으로 쉽지 않다는 사실이 가자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미군은 과거 이라크전에서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참수’하려고 고성능 유도폭탄을 주거지역에 투하했지만, 민간인 피해만 냈을 뿐이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이 하마스의 로켓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아이언 돔 등 대공무기, 안보에 도움
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은 3단계다. 사거리 250㎞ 이상의 장거리 미사일은 ‘화살(Arrow)’이라는 요격 미사일로 저지한다. 사거리 70~250㎞의 중·단거리 미사일은 ‘다윗의 무릿매(David’s Sling)’라는 요격 미사일로 잡는다. 로켓포·야포·박격포 등 사거리 4~70㎞의 단거리 추진체 공격은 아이언 돔 시스템의 타미르 요격 미사일로 차단한다.
기당 5만 달러 정도인 타미르 요격 미사일로 원가 수천 달러짜리인 하마스의 카심 로켓을 막는다. 국민의 목숨과 안전, 그리고 심리까지 지키는 비용이기 때문에 아무도 이를 비싸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 공격으로부터의 방어 목적’이라며 미국으로부터 미사일값의 일부를 지원받기까지 한다.

북한이 지난 2019년 8월 24일 '새로 연구 개발한 초대형 방사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 홈페이지에 게재된 방사포 발사 모습으로 차륜형 발사대에 발사관 4개가 식별된다.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한국 안보 환경 비슷

북한은 201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전해 개발한 발사관 6개를 탑재한(6연장) '초대형 방사포'를 공개했다. 북한은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 참관 하에 초대형 방사포 시험 사격 당시 사진을 일부 공개했지만, 선명한 실물을 여러 각도로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신문=연합뉴스

북한이 2020년 3월 29일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진행했다고 3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안보에서 자만심이나 방심은 금물
북한은 가자지구와 비교하면 면적은 330배, 인구는 13배나 된다. 북한은 60년대 초반부터 전 인민의 무장화, 전 군의 간부화, 전 지역의 요새화, 전 군의 현대화라는 4대 군사 노선을 추구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건설한 전술 지하갱도의 길이는 가자지구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다.

5월 23일 가자시티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촛불을 들고 야간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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