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은 이번 반정부 시위를 기화로 쿠바의 사회주의제도를 전복하려는 외부세력의 내정간섭 시도를 규탄·배격한다.”
북한은 지난 16일 발표한 외무성 대변인 명의 담화에서 최근 쿠바 수도 아바나를 중심으로 확산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외부세력’의 소행으로 단정지었다. 담화는 쿠바의 반정부 시위가 “사회주의와 혁명을 말살하려는 외부세력의 배후조종과 끈질긴 반쿠바 봉쇄책동의 산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쿠바가 외세의 간섭을 단호히 물리치고 조성된 현 난국을 성과적으로 극복하며 정치적 안정을 굳건히 고수하리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외무성이 세계 정세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이례적이지 않다. 특히 사회주의 국가와의 친선을 강조해온 북한은 쿠바 공산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 집권 시기부터 돈독한 관계를 자랑해왔다. 그런데 북한이 쿠바 반정부 시위를 ‘외세 간섭’으로 규정해 날선 반응을 보인 것을 두고 공산당 1당 지배체제 존립 우려까지 나오는 쿠바의 운명에 ‘감정이입’ 내지는 ‘동병상련’을 느꼈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1일부터 벌어지는 쿠바 반정부 시위의 원인으로는 식량과 의약품 부족, 반복되는 정전 등 전력난, 장기 경제 불황 등이 꼽힌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관광객이 급감해 외화 수입이 줄어들면서 미국의 제재 장기화로 가뜩이나 피폐했던 쿠바 경제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참다못한 쿠바 주민들이 1994년 이후 27년 만에 거리로 나와 “독재타도”를 외치고 있다.
코로나19로 가중된 경제난이 촉발한 쿠바 반정부 시위 사태는 북한 정권에도 극도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제재, 수해, 코로나19까지 ‘삼중고’가 겹친 북한 역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식 회의석상에서 경제 정책 실패를 이례적으로 인정할 정도로 주민들의 생활 여건이 열악하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쿠바 시위대 지지 성명 발표, 백악관의 쿠바 인도적 지원 검토 등도 북한 입장에선 사회주의 정권에 대한 ‘적대시 정책’으로 여겨질 수 있다. 북한이 발표한 다섯 문장으로 된 짧은 담화에서는 외부세력이 시위를 부추기며 쿠바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인식이 여실히 묻어난다.
북한은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해 1월부터 북·중 교역 급감으로 인한 경제 타격을 감수하면서까지 국경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 북한의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두고 전염병 확산이 체제 위협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을 차단하려는 고육책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돼 왔다. 사회주의 형제국가 쿠바 정권이 직면한 위기가 북한으로서는 남 일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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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모인 쿠바계 이민자들이 쿠바 현지의 반정부 시위 관련 보도에 대응해 집회를 벌이고 있다. 마이애미/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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