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 중국엔 毒이다 [Big Picture] - 매일경제

kobloggko.blogspot.com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이 이슬람 급진 무장조직인 탈레반에 의해 함락되기 20일 전인 지난 7월 28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탈레반 2인자로 알려진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수도 베이징에서 140㎞ 떨어진 톈진으로 초청했다. 중국은 이날 회동에서 탈레반을 아프간의 중추적인 군사 및 정치 세력이라고 공식화한다. 미국이 탈레반의 진격과 아프간 정부의 붕괴 속도가 그렇게 빠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때 중국은 이미 게임이 끝났다고 봤다. 그건 중국을 찾은 탈레반 지도자가 누군지를 알면 명확해진다. 무슬림 이름이 좀 복잡하긴 한데 맨 앞에 있는 물라는 종교 지도자에게 붙이는 경어다. 압둘 가니가 이름이고 바라다르가 성이다. 그의 별명은 '물라 브러더'. 그건 1994년 탈레반을 창시한 무하마드 오마르가 그를 브러더라고 부르면서부터다. 오마르는 죽기 전 그의 딸을 물라 브러더에게 줬다. 사실상 후계자다.

왕이 부장은 탈레반을 만나기 정확히 2주일 전인 7월 14일 아프간 외무장관을 만난다. 그는 7월 12일부터 16일까지 5일간의 일정으로 중앙아시아 3개국을 방문했다.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3개국 초청이었다. 그러나 왕이의 주된 관심사는 아프간이었다. 그래서 아프간 외무장관을 타지키스탄으로 부른다. 지극히 형식적 회동이었다. 당시 아프간 정권과 탈레반 세력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는 이렇게 판이했다.

중국의 이런 외교적 행보에 대해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를 발표한 순간부터 중국은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보고 주도면밀하게 계산했을 것"이라며 "탈레반 정권을 중국에 우호적인 세력으로 포섭해야 한다는 목표하에 선제적으로 발 빠르게 움직였다"고 해석한다.

중국과 내륙으로 국경을 맞댄 나라는 모두 14개국. 아프간도 그중 하나다. 아프간 지도를 보면 동쪽으로 프라이팬 손잡이같이 가늘고 길쭉한 땅이 있는데 이게 와칸회랑(Wakhan Corridor)이다. 지정학자들은 이를 핑거(Finger)라고 부른다.

회랑의 북쪽은 세계의 지붕이라는 파미르고원(타지키스탄)이, 남쪽으론 힌두쿠시산맥(파키스탄)이 펼쳐진다.

제국주의 시절인 19~20세기 초 식민지 인도의 이권을 지키려는 대영제국과 남쪽 부동항 확보를 목적으로 중앙아시아에 거점을 마련하려는 러시아가 필연적으로 부닥친 곳이 아프간이다. 북에서 보면 인도로 가는 길목이었다.

이들 제국 간의 패권다툼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러디어드 키플링의 동명 소설로도 유명한 '그레이트 게임'. 이 결과 아프간을 중립지역으로 두고 북쪽을 러시아가, 남쪽을 영국이 다스리는 걸로 합의하면서 지도상에 와칸회랑이 생겼다. 그러면서 중국과 약 75㎞ 길이의 접경선이 형성된다.

와칸회랑은 대단한 역사를 지닌 곳이다. 위구르어로 '산 아래 큰 사막'이란 뜻의 타클라마칸을 통해 동서를 잇는 실크로드의 일부였고 고구려 출신의 당나라 장수 고선지가 서역 원정을 나섰던 길이며 13세기에는 이탈리아의 마르코 폴로가 여기를 통해 중국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화려한 과거에 비하면 현재는 초라하다. 면적은 경기도의 두 배나 되는 큰 땅이나 인구는 고작 1만3000명 정도. 평균 해발 5000m나 되는 그야말로 사방으로 어디 한 군데 뚫고 나갈 데를 찾기 힘든 험지 중의 험지다.

원본사이즈 보기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인 카불을 함락하기 2주 전인 7월 28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이 톈진에서 탈레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회동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신화 = 연합뉴스]
사진설명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인 카불을 함락하기 2주 전인 7월 28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이 톈진에서 탈레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회동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신화 = 연합뉴스]
▶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율촌의 최준영 전문위원은 "중국은 이 지역의 전략적 가치를 찾았고 그건 아프간을 장악한 미국이 탈레반과 치열한 교전을 벌인 2008년 전후"라고 분석한다.

당시 미국은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인 아프간의 특성상 전쟁물자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보급로는 파키스탄인데 파키스탄 북부가 탈레반의 주무대인 데다 파키스탄 인구의 15%인 3000만명 정도가 탈레반 계열인 파슈툰족이라 위험천만이다.

그래서 이 기존 보급로를 대체하는 보다 안전한 곳으로 와칸회랑을 지목했다. 미국은 중국에 와칸회랑으로 가는 통로를 열어달라고 사정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최종적으로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와칸회랑의 군사전략적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된다.

이로부터 약 5년의 세월이 지나 2013년 9월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카자흐스탄의 나자르바예프대에서 역사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연설을 한다.

아프간은 일대일로 전략을 추진하는 데 있어 입구가 되는 곳이다. 나름 공을 들였다. 무엇보다도 와칸회랑에 아프간 중심부로 가는 도로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카라코람 고속도로와 아프간의 도로망이 연결돼 파키스탄의 과다르항으로 가는 루트가 마련된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미국이 중국의 목줄을 겨누는 믈라카해협의 군사·경제적 가치를 무력화할 수 있는 카드다.

아프간은 리튬, 철, 구리, 코발트 같은 천연자원의 보고이다. 예측기관마다 수치는 다르나 약 3조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추정한다. 중국이 일대일로 이후 아프간 자원에 대한 투자를 늘려온 속내이기도 하다. 아프간 입장에서 보면 유일한 외국 소유 광산(구리)이 중국 거다.

아프간에서의 미국의 패퇴가 중국에 가져다준 이런 엄청난 기회는 그러나 대전제가 하나 있다. 사실 아프간에 대한 중국의 주된 관심사는 이슬람 무장 세력들의 중국 침투 및 변방 교란 차단이다. 이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아프간에 대한 경제 지원은 어디까지나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아프간에서 와칸회랑을 통해 넘어오면 거기가 바로 중국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신장자치구다. 여기엔 중국에서 독립하려는 위구르 세력이 있다. 비록 종족은 다르나 아프간과 같은 이슬람권이다. 중국은 아프간 탈레반이 중국 내 이들 세력과 연계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왕이 부장이 탈레반 지도자를 만난 실질적 목적이기도 하다. 당시 외신 보도에 따르면 바라다르는 왕이에게 "아프간 영토를 이용해 중국에 해로운 행위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해외에 군사기지를 설치한 곳은 딱 두 곳인데 하나가 아프리카 동부 지부티의 해군기지이고 다른 하나가 2016년에 설치한 와칸회랑 바로 북쪽에 있는 타지키스탄 군기지이다. 아프간에서 넘어오는 이슬람 테러세력에 대한 경비 차원이다. 중국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타지키스탄, 파키스탄까지 포함하는 4각 테러대응 조정기구를 만들었다. 중국으로선 그만큼 골칫거리이다.

매일경제 명예기자인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이 중국에 약이냐 독이냐"는 질문에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중국이 가장 걱정하는 신장의 무력집단은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 탈레반은 물론 미국을 상대로 9·11 테러를 감행했던 알카에다, 조직원의 국적 수가 무려 90개국에 달하는 글로벌 테러세력을 형성한 이슬람국가(IS) 등과 같은 수니파이며 이들은 각자 세불리기 경쟁을 하면서도 신념은 공유하는 형제 집단이다. 다들 이슬람 급진주의의 확산이 존재 이유다.

윤 전 원장은 "그동안에는 아프간에 미국이 있었기 때문에 중국으로선 걱정이 덜했던 측면이 있다"며 "이제 상황은 180도 달라져 중국은 자신의 옆구리를 겨냥한 탈레반의 칼끝을 의식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들이 직접 중국 내 ETIM을 자극할 수도 있고 ETIM이 이번 사태로 사기가 한껏 올라 탈레반의 힘을 업고 전향적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

금융위원장을 지낸 후 공직에서 물러나 지금은 역사를 연구하는 김석동 씨는 "미국의 아프간 철군은 치밀한 전략적 선택이었을 것"이라며 "비록 지금 당장은 국제적 비난이 빗발치고 곤욕스럽기도 하고 곤혹스럽기도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중국을 압박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한다. 중앙아시아의 역사를 공부한 사람은 이 점에서 이견이 별로 없다고 그는 단언한다.

지난해 11월 미국 국무부가 ETIM을 테러조직 명단에서 제외한 것도 미국의 중국 견제전략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미국은 중국을 겨냥해 ETIM의 위협을 무시한다"며 "미국이 테러를 용인하고 심지어 부추긴다는 잘못된 신호를 국제사회에 보낸 것"이라고 비난한다.

주목할 부분은 카불 함락 이후 이들 급진세력의 내부 변화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IS의 사례에서 보듯 세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지도부는 약해지고 하부조직은 독자적 행동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며 "탈레반 지도부가 서방 협력자들에게 보복하지 않고 인권도 존중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각지에서 테러와 처형이 자행되는 것도 지도부의 통제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이 탈레반 지도자를 극진히 대접하고 그들과 끈끈한 협력관계를 다졌다고 해도 하부조직원들 사이에선 과거 중국 정부의 무슬림 탄압에 침묵할 수 없다는 정서가 깔려 있다는 게 장 센터장의 분석이다.

그는 "아프간 정권 함락은 이슬람 테러조직의 관점에서 본다면 탈레반이 소위 맏형 격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라며 "이는 중요한 두 가지 함의가 있다고"고 분석한다. 하나는 잠재적 젊은 테러 조직원들이 대거 탈레반으로 몰려들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IS 같은 다른 테러조직이 경쟁 심리에 의해 보다 선명하고 극단적인 투쟁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말 IS가 감행한 카불공항에서의 자살 폭탄테러는 그런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중국은 부인할 수 없는 아프간의 우방이다. 현재 카불에 남아 있는 대사관은 이란, 파키스탄, 터키 등 총 9개국 정도다. 그중 하나가 중국이다. 다른 대사관이 깃발 내리고 문 걸어 잠글 때 중국 대사관은 오성홍기를 휘날리고 있었다. 중국은 미국의 철수로 발생하는 힘의 공백을 최대한 파고들어 국가적 이익을 극대화하길 원할 것이다. 그러나 바로 코앞에 위험천만한 화약고가 들어서게 된 점은 분명하다. 중국은 미국을 마냥 조롱할 처지는 아니다.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은 언제든 중국엔 독(毒)이 될 수 있다.

신장자치구
17세기 초 만주족이 중국의 주도세력으로 부상할 때쯤 몽골은 남·북·서 세 덩어리로 나뉘어 있었다. 그게 오늘날의 내몽골, 몽골공화국, 신장에 해당한다. 청나라 최전성기를 이끈 6대 황제 건륭제가 서몽골의 영웅 아무르사나를 정벌한 후 이 지역에 대한 직접 통치에 들어갔으며 1759년 이를 새로운 강역, 신장(新疆)이라 선포했다. 이 지역에 거주하던 위구르인들은 이를 부당한 병합으로 여기고 있다.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
East Turkestan Islamic Movement

동투르키스탄은 신장에 대한 위구르식 명칭이다. 1990년대 들어 이 지역에 이슬람독립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조직된 이슬람교도 테러단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전후해 중국 내 대규모 테러사건을 저지른 바 있다. 본부는 독일에 있다.


[손현덕 주필]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block test (Why?)

기사 및 더 읽기 (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 중국엔 毒이다 [Big Picture] - 매일경제 )
https://ift.tt/3Dzmfoj
세계

Bagikan Berita Ini

Related Posts :

0 Response to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 중국엔 毒이다 [Big Picture] - 매일경제"

Post a Comment

Powered by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