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유럽연합 탈퇴 반대” 대규모 시위 : 국제일반 : 국제 : 뉴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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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조약보다 헌법이 우선’ 헌재 결정이 촉발
정부, 법치·인권 문제로 유럽연합과 계속 갈등

폴란드 시민들이 10일(현지시각) 바르샤바 왕궁 앞 중앙 광장에서 폴란드 국기와 유럽연합 깃발을 들고 유럽연합 탈퇴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바르샤바/AFP 연합뉴스

법치주의 등을 둘러싸고 폴란드가 유럽연합(EU)과 맞서고 있는 가운데 10일(현지시각) 폴란드에서 대규모 유럽연합 지지 시위가 벌어졌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번 시위는 폴란드의 헌법이 유럽연합 조약에 앞선다는 지난 7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촉발한 것이다. 폴란드 헌재의 결정은 법치주의, 성소수자 인권 등을 둘러싸고 유럽연합과 맞서고 있는 폴란드 정부 손을 들어주는 것이자, 유럽연합의 법적 기반을 위협하는 것이다. 이날 시위는 야권 주도로 전국에서 동시에 진행됐으며, 수도 바르샤바에서만 8만~10만명이 모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시위대는 폴란드 국기와 유럽연합 깃발을 흔들며 “우리는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남을 것이다”라는 구호 등을 외쳤다.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지냈으며 주요 야당인 ‘시민 연단’ 대표인 도날트 투스크는 “여당인 ‘법과 정의당’의 정책이 유럽에서 폴란드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들이 왜 (유럽연합을) 떠나려는지 안다… 제재 없이 민주적 지배를 위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은 “예상하지 못하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갑자기 현실이 된 것처럼, 여기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1944년 나치 독일의 점령에 맞선 항거에 참여했던 한 노인은 “여기는 우리의 유럽이며, 누구도 우리를 여기서 데려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법과 정의당’은 폴란드의 유럽연합 탈퇴는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폴란드 정부는 민주주의 원칙, 인권 문제 등으로 유럽연합과 계속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지난 7일의 헌재 결정은 유럽연합의 법적 기반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두쪽의 갈등은 극우 성향의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2017년 집권 이후 판사의 지명 권한을 지닌 국가사법평의회 위원을 의회가 지명하도록 하면서 본격화했다. 유럽연합은 이 조처가 사법부의 독립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많은 지자체가 ‘성소수자 없는 지역’을 잇따라 선포하는 등 성소수자 인권 억압이 심해지는 점도 유럽연합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 한편, 지난 6월과 7월에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유럽연합을 신뢰하는 폴란드 시민이 자국 정부를 신뢰하는 시민보다 두 배 이상 많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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