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은 특정 인물이나 분야의 팬이 모인 사람들 또는 그렇게 모이는 문화현상을 말한다. 과거 TV나 잡지 등 전통 매체를 중심으로 결집했던 팬덤은 인터넷의 발전과 기술의 발달로 이제 거대한 집단을 형성한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특히 실적이 팬덤의 ‘화력’으로 불리는 팬덤 규모와 구매력에 영향을 받는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브·SM·JYP·YG 등 4대 주요 엔터 기업 매출에서 음반, 공연, 음원 등 엔터테인먼트 부문 매출이 절반 이상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음반, 공연, 음반 수익은 팬덤의 화력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
음반과 공연의 주력 구매층은 팬덤이다. 팬이 아니라면 굳이 음반을 사지 않기 때문이다. 노래가 좋다면 유튜브나 멜론 같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들으면 된다. 팬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포토카드(사진)를 모으기 위해 음반을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팬덤의 이런 활동은 그대로 기업 수익에 직결된다. 실제 하이브는 올해 상반기에만 세븐틴, 르세라핌,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의 음반 2270만장을 판매했다. 이는 하이브가 지난해 1년 동안 판매한 음반 판매량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세븐틴은 특히 4월 발매한 미니앨범이 한국 앨범 최초로 초동 판매량 400만장을 돌파했다. 여기에 하이브가 예전 앨범(구보)을 재판매하면서 세븐틴 홀로 6월까지 누적 음반 판매량 887만장을 기록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그룹 스트레이키즈는 7월 컴백 앨범이 선주문으로만 640만장을 판매했다. 에스파가 5월 발매한 미니앨범은 2주 만에 200만장 이상 팔리며 SM엔터테인먼트 이익 상승에 기여했다. YG 소속 보이그룹 트레저 역시 7월 발매한 정규 2집이 초동 판매량 171만장을 기록했다.
공연은 피 튀기는 예매 전쟁 ‘피켓팅’이 벌어질 만큼 팬덤 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한 영역이다. 공연에 몇 명의 팬이 모이는지도 그 팬덤의 화력을 측정하는 수단이다. 또 공연이 많아질수록 주요 엔터기업의 실적이 개선된 것도 수치로 확인됐다.
SM엔터테인먼트는 2분기에만 NCT드림, 레드벨벳, 동방신기 등이 콘서트를 60회 개최하며 공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2% 증가했다. 하이브도 2분기 BTS 슈가 콘서트,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월드투어, 세븐틴 팬미팅 등을 개최해 공연 매출이 같은 기간 85.4% 늘었다.
음원 수익 역시 팬덤의 스트리밍을 근간으로 한다. 음원이 대중의 선택을 받으면 순위가 잘 내려가지 않는 뒷심이 생기지만 순위권에 오르는 것은 팬덤의 영향이 더 크다. 팬덤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상위권에 올리기 위해 주요 음원 플랫폼 전부에서 계속 스트리밍(스밍)을 하고 음원을 다운로드 받는다. 이를 음원 총공(총공격)이라고 부른다.
음원 총공은 주로 아티스트 활동기에 이뤄진다. 비활동기에는 주로 컴백 시기가 겹치지 않는 타 아티스트 팬덤과 스밍 품앗이를 진행한다. 나중에 신곡이 발매됐을 때 스밍을 도와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다.
음악방송 순위, 아티스트 시장성 지표
음원 차트 순위를 올리기 위해 총공 같은 갖은 방법이 동원되는 것은 음악방송 1위 달성 목적이 크다. KBS 뮤직뱅크, MBC 쇼!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등 지상파 음악방송에 Mnet 엠카운트다운, MBC M 쇼챔피언, SBS M 더쇼(THE SHOW)까지 총 6개 음악방송이 주요 방송으로 꼽힌다. ‘음악방송 1위’는 노력한 아티스트를 위해 팬덤이 선물하는 상이다.
또 음악방송 1위가 쌓일수록 해당 아티스트는 다양한 기록을 세우고 연말 시상식 수상 확률도 같이 높아진다. 여러 팬덤은 음악방송 1위가 아티스트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고 본다. 팬이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서다. 이런 점이 음악방송에서 1위 상패를 받고 눈물 보이는 아이돌이 많은 이유로 분석된다.
아티스트가 지상파·케이블뿐 아니라 유튜브 등 여러 방송과 영상에 자신을 노출하고 알려도 팬덤이 모여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 팬덤이 결집하지 않으면 음원 차트 상위권 진입부터 어렵다. 음원 스밍은 기본이고 추가로 뮤직비디오, 투표, 음반 구매 등에 모두 참여해야 한다.
특히 음악방송마다 집계 기준이 달라 팬덤의 결집은 필수다. 팬덤이 결집하고 대중의 선택을 받아도 음악방송 1위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우선 음원 차트 상위권을 유지해야 음악방송 1위 가능성이 커진다. 음악방송 1위는 충성고객층의 화력을 검증하는 수단이자 해당 아티스트의 시장성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인 셈이다.
뮤직뱅크는 음원 60%, 방송 횟수 20%, 팬 투표 10%, 음반 5%, SNS 5% 비중으로 순위를 매긴다. 반면 더쇼는 사전점수 90%(음원40, 음반10, 동영상20, 방송점수15, 사전투표5)에 실시간 투표 점수 10%로 순위를 집계한다. 실제 지난해 말 역주행 신화를 기록한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은 음원 차트 상위권을 오랜 기간 유지했지만 12월 2일 뮤직뱅크에서 방송점수에 밀려 1위를 하지 못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방송 트렌드&인사이트’ 보고서에서 "새 노래를 낸 가수는 무대가 필요하고 최근에는 그런 무대 하나하나가 절박하다"며 "비슷한 처지의 가수들이 음악방송 무대 위에서 복작대는 사이 비슷한 체급끼리 경쟁해야 하는 팬덤도 몇 배로 피곤해졌다"고 지적했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계속 나오는 이유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런 팬덤을 데뷔 전부터 대규모로 형성하는 효과를 노린다. 데뷔 전부터 아이들이 연습하고 경쟁하는 과정을 보면서 응원하던 이들이 모여 대형 팬덤을 형성한다. 여러 무대를 통해 자신을 알리는 과정을 데뷔 전부터 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효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올해 7월 데뷔한 신인 보이그룹 제로베이스원의 음반 초동 판매량에 나타났다. 제로베이스원은 초동 판매량이 182만장에 달한다. 제로베이스원보다 초동 판매량이 높은 아이돌은 스트레이키즈, 세븐틴, NCT드림, BTS,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손에 꼽힌다.
방송사와 엔터 기업이 계속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배경도 이 같은 이유로 분석된다. 우선 팬덤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다. 실시간 문자 투표 같은 수익도 얻는다. 만약 오디션을 통과한 아티스트가 자사 레이블 소속 그룹으로 데뷔하면 이미 형성된 팬덤을 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August 12, 2023 at 02: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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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비즈니스] ① 엔터 산업 핵심 자원은 '팬덤' -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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