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라크 바그다드의 기독교 교회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을 환영하는 벽화가 이라크 국기와 함께 그려져 있다. 이라크 국기의 가운데에 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는 뜻의 '알라후 아크바르다'가 적혀 있다. 이슬람에서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을 할 때나 감탄할 일이 있을 때, 용기를 북돋울 때 흔히 하는 말이다. AFP=연합뉴스
이라크,기독교 역사·신앙 현장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 출생 우르
유대·기독·이슬람 ‘아브라함 종교’발원
모술엔 구약성서 요나·다니엘 무덤도
바그다드 동방 가톨릭 교회 찾아 미사
고대 수메르 도시 우르서 종교간 회합
하이라이트는 IS 야만의 현장 모술 방문
이슬람·기독교·고대종교 공존했던 모술
IS, 점령시 다른 신앙·문화 말살기도
교황, 좁은 신념 갇힌 극단주의 배격
“폭력·증오, 종교와 양립 못한다” 메시지
관용과 공존의 철학 설파

3월 5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라크의 무스타파 알카드헤미 총리의 영접을 받으며 전통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교황은 이라크 방문 기간 중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되고 가장 많은 박해를 받은 이라크 기독교 공동체를 위로하고 종교간 대화와 공존, 그리고 평화를 강조할 예정이다. AFP=연합뉴스
교황 고령, 코로나19와 테러 불안

이라크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6일 아브라함의 탄생지로 알려진 우르의 유적지에서 종교간 대화를 한 뒤 일어서면서 수행 사제들의 부축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월 22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거리에서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월 15일 이라크 북부 아르빌의 국제공한 인근 미군 기지가 로켓 공격을 받았다. 최소 1명이 숨지고 14명이 부상했다. AFP=연합뉴스

이라크의 무스타파 알카드헤미 총리가 지난 20일 이라크 보안군을 공격하다 숨진 이슬람국가(IS) 무장대원과 이들을 막다 희생된 보안대원들의 시신을 살펴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라크 북부 모술에 있는 시리아 가톨릭 교회의 성모교회의 모습. 이슬람국가(IS)에 3년간 점령된 기간에 철저히 파괴됐다. AFP=연합뉴스
이라크의 소수 기독교 공동체 찾아

6000년 이상 된 고대 수메르의 도시 우르의 유적.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으로 이어진 유일신 신앙이 발원한 아바르함의 탄생지로 알려졌다. 지난 3월 6일 유적 근처에서 교황이 참석하는 종교간 대화가 열렸다. AP=연합뉴스
유대·기독·이슬람 근원 아브라함의 자취 찾아

3월 6일 이라크 나시리아 근처의 고대 도시 우르의 유적지에 있는 아브라함의 집에서 종교간 대화와 연합 종교행사를 벌이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AFP=연합뉴스

3얼 5일 방탄 차량을 타고 엄중 경호를 받으며 바그다드에서 이동하는 교황. 로이터=연합뉴스

이슬람국가(IS)의 반달리즘으로 폐허로 변한 모술의 시리아 가톨릭 소속 성모마리아 교회. AFP=연합뉴스
중동 메트로폴리스로 IS 피해 본 모술 방문

이라크 북부 기독교도 마을인 쿠라코시의 시리아 가톨릭 교회 소속 성모마리아 교회에서 지난달 28일 신자들이 미사를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팩트북 등에 따르면 모술의 주민은 아랍인이 주류지만 쿠르드인과 야지드인·아시리아인·아르메니아인·투르크멘인·샤바크인·만데아인·카윌리인·시르카시아·유대인·집시 등 수많은 소수민족이 함께 공존했다.
종교적으로도 지역 주류인 이슬람에선 수니파와 시아파는 물론 신비주의 종파인 수피파도 모술에 존재했다. 기독교도 다양하게 공존했다. 역사책에나 등장했던 네스토리우스파(예수의 삼위일체설을 인정하지 않는 종파)인 아시리아 기독교를 비롯해 아르메니아정교·칼데아가톨릭·시리아가톨릭 등 기독교와 야지드교·샤바크교·야르시니교·만데아교 등 실로 다양한 소수종교가 존재했다. 이슬람 이전 이웃 페르시아의 종교였던 조로아스터교 신자도 있었다. 인도와의 교류 흔적을 보여주는 불교도·힌두교도도 소수 존재했다. 바빌론유수 때 건너왔다가 귀환하지 않은 이라크 유대인의 후손들도 살았다.
다민족·다종교·다문화 도시인 만큼 모술에는 역사 유적과 건축미나 장식이 뛰어난 모스크·교회·수도원·성채·학교 등 고대와 중세의 고색창연한 건축물과 유물로 가득 찼다. 모술을 가로지르는 티그리스강 동쪽의 평원에는 구약성서에도 등장하는 고대국가 아시리아(기원전 25세기~기원전 605년)의 수도였던 니느웨(니네베)와 님루드의 유적도 있다.
그런데 IS는 3년간의 점령 기간 중 이 메트로폴리탄 도시에서 반달리즘(문화유산 파괴)을 자행했다. IS는 2015년 2월 26일 모술 박물관에 난입해 아시리아 유물을 체계적으로 파괴하거나 훔쳐갔으며 3월에는 님루드 등의 유적을 불도저와 망치 등으로 조직적으로 파괴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칼데아 가톨릭의 성요셉 교회. AFP=연합뉴스
구약성서 유적과 기독교회 초토화
대표적인 곳이 구약성서 ‘요나서’의 주인공인 예언자 요나의 묘지다. 요나는 니느웨의 고대 아시리아 궁전 터에 묻혔다. 나중에 그 자리에는 아시리아 교회에 이어 이슬람의 '예언자 유누스(요나의 아랍어) 모스크'가 들어섰다. 구약에 따르면 요나는 아시리아 수도인 니느웨에 가서 심판 설교를 하라는 하나님의 명을 어기고 도망치려다 배가 풍랑을 만나 물고기(고래로 추정) 배 속에 사흘간 갇혀 지내면서 잘못을 깨닫고 회개했다. 이슬람 전승에도 예언자 무함마드가 자신에게 포도를 가져다준 시종 아다스가 고향을 묻는 질문에 니네베 출신이라고 하자 “요나의 도시”라고 외친 뒤 자신과 요나가 같은 예언자 ‘형제’라고 강조하는 대목이 있다고 한다. 이 모스크에는 요나의 고난과 깨달음을 상징하는 고래 이빨도 전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뉴스에 따르면 IS는 이 모스크와 묘지가 '기도가 아닌 배교의 장소가 되고 있다'며 2014년 7월 24일 폭탄으로 파괴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아담과 이브의 셋째 아들이자 카인과 아벨의 동생으로 등장하는 세트를 기리는 사원도 2014년 7월 26일 무너뜨렸다.
구약성서 다니엘서의 주인공인 예언자 다니엘의 묘지로 알려진 유적도 2014년 7월 폐허가 됐다. 다니엘의 묘지로 알려진 전 세계 6곳 중 하나다.

지난 3월 5일 교황이 바그다드 공항에 도착하자 이라크를 대표하는 다양한 민족이 나와 춤으로 환영하고 있다. 전쟁과 극단주의의 피해를 입기 전까지 이라크는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공존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모술의 이라크 기독교회, IS가 조직적 파괴
IS는 아시리아 정교의 성모마리아 교회도 2014년 7월 산산조각 냈다. 10세기에 지어진 칼데아 가톨릭 교회인 성마르쿠르카스 교회도 2015년 3월 9일 무너뜨렸으며 인근에 있는 기독교도 공동묘지는 불도저로 밀어버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5일 이라크 바그다드의 시리아가톨릭교회 소속 구원의 성모 교회에서 행사를 마친 뒤 현지 지도자와 수행원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슬람 모스크도 폭발
850년간 갖은 전란에서도 꿋꿋하게 버텼지만 지난 6월 21일 모술 전투 도중 폭발로 폐허가 됐다. 이라크군은 IS의 반달리즘이라고 했지만 IS는 미군 공습으로 파괴됐다고 선전했다. BBC방송은 목격자 증언과 비디오 자료 등을 종합해 건물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알누리 대모스크는 IS 창시자 아부바카르 알바그다디가 2014년 6월 스스로 칼리프(초기 이슬람 세계의 정치·종교 일치 군주)로 즉위했던 장소인데 IS가 이런 '성지'를 적의 손에 내주느니 차라리 파괴하는 길을 택했을 것이란 추정이다.

이라크 북부의 기독교 마을인 카라코슈에서 교황 방문을 앞두고 사전 행사가 열리자 한 여성이 셀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모스크도 장식이나 벽화 있으면 파괴
이슬람의 기하학 수준을 보여주는 원뿔 모양의 독특한 돔과 정밀한 기교를 자랑하는 벽돌 장식, 모술산 푸른 대리석에 새긴 아랍어 붓글씨 등으로 이슬람 장식미술의 보고로 불리던 마샤드 야흐야 아불 카셈 모스크도 2014년 7월 23일 IS의 손에 의해 사라졌다.
2014년 7월 25일에는 13세기 몽골 침략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유서 깊은 이슬람 사원인 이맘 아운 알딘 사원이 뒤를 이었다. 1881년 오스만튀르크 지배 시절 시내 중심부에 건립된 하무카도 모스크는 장식이 없는데도 파괴했다. 현지 주민들이 내부의 무덤을 정기적으로 참배하는 미신행위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2015년 3월에는 1880년에 지어진 아무 알카두 모스크를 불도저로 밀어버렸다. 622년에 헤지라(무함마드가 메카에서 메디나로 이주한 해)로 시작된 이슬람 역사의 초기에 해당하는 기원 640년에 처음 건설된 우마이드 모스크는 IS의 파괴에서 살아남았으나 모술 전투 중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이라크 북부 니네베 주의 기독교 마을인 카라코시에서 지난 3월 5일 가톨릭 수녀가 현지 청년들과 함께 교황의 이라크 도착을 환영하는 율동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종교적 '정화' 명분 반달리즘

I이라크 기독교도들이 지난 2월 23일 북부 기독교 마을인 카라코시에 있는 성모마리아 교회의 지붕을 청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이란의 페르세폴리스, 이라크의 고대 바빌론과 아시리아 유적이 지금까지 온전했던 이유다. IS의 주장이 이슬람 세계에서 허구로 통하는 이유다. 다만 살라피즘을 추종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사우드 왕가가 1801년 지금 이라크 남부 카르발라를 점령해 시아파 성지를 '다신교 풍습'이라며 파괴한 전력은 있다.

이라크 북부 모술의 시리아 가톨릭 교회 소속 성모마리아 교회의 폐허 앞에서 신자들이 지난 3월 2일 교황을 환영하는 현수막을 달고 있다. AFP=연합뉴스
극단주의 IS의 극단적인 반달리즘

이라크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6일 이라크 이슬람 시아파 지도자인 그랜드 아야톨라인 알리 알시스타니를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교황, 종교·문화 다른 지역 찾으며 소통

이라크 바그다드의 성요셥 교회에서 3월 6일 교황이 참석한 가운데 미사가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6일 이라크 남부 우르 유적지에서 종교간 대화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교황이 3월 6일 우르 유적지에서 종교간 대화에 참석하기 전에 현지 관계자의 환영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9년에는 무슬림 국가지만 수많은 다종교·다문화 외국인 이주민을 품고 있는 중동의 아랍에미리트(UAE)를 찾아 미사를 집전했다. UAE는 마침 2019년을 ‘관용의 해’로 선포하고 다종교·다문화의 공존을 강조했다. 교황은 그해 또 다른 무슬림 국가인 모로코도 방문했다. 그해 불교국가인 태국과 기독교 인구가 희박한 일본도 찾았다.

사상 처음 이라크를 찾은 교황이 된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6일 종교간 대화에 참석하면서 손을 모으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처럼 서로 다른 종교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서로 공존과 평화를 추구하자는 것이 바로 교황의 뜻일 것이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84세의 고령과 코로나19, 그리고 테러 위험에도 이라크를 방문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교황은 그동안 이라크와 모술을 위해 그동안 숱하게 기도하셨을 것이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이라크에서 핍박 받아왔던 신자들의 가슴을 어루만지고 평화와 공존의 뜻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일 것이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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