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에 성추행 의혹 소송 휘말려
“부인할 수 없는 예술적 성취” 추모
세계적인 지휘자로 말년에 성추행 의혹이 폭로됐던 제임스 러바인이 별세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향년 77세.
주치의인 렌 호로비츠는 러바인이 지난 9일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서 노환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러바인은 레너드 번스타인 이후 가장 유명한 동시대 최고의 미국 지휘자로 꼽힌다.
미 최대 공연예술단체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 오페라) 등에서 총 2500회 넘는 공연을 지휘했다.
1943년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태어난 러바인은 불과 열 살 때 피아노 솔리스트로 신시내티 심포니와 협연했다. 뉴욕 줄리아드음대를 졸업한 뒤 1963년부터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로 활약했다.
1971년 푸치니의 ‘토스카’ 지휘로 메트 오페라에 데뷔한 그는 1973년 수석지휘자로 승격했다. 1975년부터는 음악감독으로, 1986년부터는 예술감독으로 활동했다. 그는 40년 넘게 메트 오페라에 몸담으며 ‘메트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러바인은 보스턴 심포니와 독일 뮌헨 필하모닉에서도 각각 음악감독을 지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의 ‘스리 테너스’ 공연을 10여차례 이끈 것도 바로 러바인이었다.
러바인은 2016년 파킨슨병 등 건강 문제로 메트 오페라 상근 음악감독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10대 남성 3명을 성추행했다는 과거 의혹이 폭로되면서 메트 오페라는 2018년 3월 그를 해고했다.
이에 러바인은 “사실무근”이라며 계약 위반과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메트 오페라와 소송전을 벌였다. 결국 메트 오페라는 그에게 350만달러를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메트 오페라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고인을 추모한다”며 “그의 부인할 수 없는 예술적 성취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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