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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때인 1904~8년 수만명 학살
정부간 11억유로 30년간 지원 합의
대신 “법적 보상금 청구못해” 규정
족장들 “배상 아니며 액수 모욕적”
독 내부서도 ‘법적 책임’ 빠져 비판
독일과 나미비아 정부가 독일이 과거 나미비아에서 저지른 대량학살에 대해 사과하고 개발지원금 11억유로 지원을 약속한 지난 28일 나미비아 수도 빈트후크에서 시민들이 합의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빈트후크/AP 연합뉴스
독일이 100여년 전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저지른 제노사이드(집단학살)에 대해 사과하고 30년간 개발지원금 11억유로(약 1조4885억원)를 지원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피해 후손 부족장들이 자신들과 제대로 협의하지 않은 합의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31일 독일 방송 <도이체 벨레>를 보면, 나미비아 헤레로족과 나마족 부족장들은 독일이 지원하겠다고 한 개발지원금 액수가 “모욕적인 액수”이고 “우리 존재에 대한 모욕”이라며 거부했다. 부족장들은 개발지원금이 배상이 아니라는 점도 비판했다고 전했다. 현지 신문 <나미비안>은 “독일 나치 치하에서 고통받은 유대인에게 1952년 이후 71억유로를 지급한 것과 동등한 액수를 받아야 하며, 나미비아 정부가 협상 과정을 자신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부족장들의 말을 전했다. 양국 합의는 국회 비준을 거치지 않아 아직 정식 발효 전이다. 독일은 나미비아를 식민지 지배(1884~1915년) 중이던 1904~1908년 헤레로족과 나마족이 봉기하자 수만명을 학살했다. 살아서 붙잡힌 이들은 수용소에 갇혀 노예 노동을 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숨졌다. 이 사건은 20세기 첫 제노사이드로 불린다. 독일 정부는 학살로부터 100여년이 지난 올해 5월28일 “2015년부터 나미비아 정부와 진행해온 협상안이 합의됐다”고 발표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부 장관은 지난 28일 낸 성명에서 “오늘날의 관점에서 우리는 이제 이 사건들을 공식적으로 제노사이드라고 부를 것”이라며 “독일의 역사적 도의적 책임을 고려해 나미비아와 희생자들의 후손들에게 용서를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희생자들에게 가해진 헤아릴 수 없는 고통에 대한 인식의 표시로, 우리는 나미비아와 희생자들의 후손들에게 11억유로의 재건과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싶다”고 발표했다. <도이체 벨레>는 개발지원금이 30년간 지원되고 나미비아 인프라 개발 및 보건 투자 등에 쓰일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성명에서 “이 개발지원금을 이유로 법적 보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독일 정부는 성명에 “배상” “법적 책임”이라는 말도 쓰지 않아, 지원금이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의미의 배상금은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독일 정부의 ‘100여년 만의 사과’에 대해 독일 내부에서도 비판 여론이 있다. 역사학자 위르겐 치머러는 지난 29일 독일 신문 <파사워 노이에 프레세>와의 인터뷰에서 “지원금은 지원하는 쪽을 도덕적으로 우위에 놓게 한다. 반면, 배상은 내가 무언가를 잘못했기 때문에 하는 의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경우는 의무의 문제이지 도움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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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908년 나미비아 헤레로족과 나마족 봉기 때 독일 군인으로 보이는 이(오른쪽)가 쇠사슬에 묶인 원주민들을 감시하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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