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받은 하루 평균 e메일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던 그때 그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미운털이 박혀도 ‘소신 발언’을 쏟아내면서였다. 그는 자신의 조언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도 열정을 아끼지 않았다. 자정을 넘긴 시간에도 그는 최선을 다해 e메일에 답변을 보냈고, 자신을 향한 공격에도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에 지구촌 상담사 됐던 파우치
WP 등 지난해 1~6월 파우치 e메일 입수
코로나 팬데믹 초기, 하루 e메일 1000통 이상
방역혼선 e메일 도움 요청에 고군분투
![2020년 3월 코로나19 대응 언론 브리핑을 마치고 돌아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오른쪽). [로이터=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6/03/f44512dd-4819-484f-b77b-6550f95e9fc7.jpg)
2020년 3월 코로나19 대응 언론 브리핑을 마치고 돌아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오른쪽). [로이터=연합뉴스]
공개된 메일에 따르면 파우치 소장은 동료, 외국 정부, 스포츠리그 의무진, 영화사 대표, 일반인까지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사람들은 파우치 소장에게 비행기를 타도 되는지부터 코로나19 음모론까지 각양각색의 질문을 던졌다. 인터뷰 요청도 쇄도했다. 이탈리아의 한 언론사는 끊임없이 인터뷰를 요청했고, 한 출판사는 공동 집필 제안을, 영화사는 다큐멘터리 출연을 요청했다. 미국프로풋볼(NFL) 운영팀은 시즌을 앞두고 “관중이 없더라도 경기를 진행해도 되겠냐”고 은밀하게 물었다. WP는 파우치 소장이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답변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혼란스러운 대응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고 전했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백신 프로그램 책임자 에밀리오 에미니가 지난해 4월 1일 파우치 소장에게 보낸 e메일. [워싱턴포스트 캡처]](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6/03/e790bab3-77cf-4680-ad6f-e127f329b11e.jpg)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백신 프로그램 책임자 에밀리오 에미니가 지난해 4월 1일 파우치 소장에게 보낸 e메일. [워싱턴포스트 캡처]
이런 그의 태도에 공화당 내부에서도 격려의 메시지가 나왔다. 4월 11일 프레드 업튼 공화당 연방하원의원(미시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제라고 선전했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효과가 있는지 물었고 파우치 소장이 “거의 확실히 그렇지만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이에 업튼 의원은 “과학적으로 올바른 이야기를 계속해 달라”며 그를 지지했다고 한다.
![앤서니 파우치 NAID 소장이 지난 5월 코로나19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6/03/2be1a6da-77f9-44ae-a975-f8bc2323a467.jpg)
앤서니 파우치 NAID 소장이 지난 5월 코로나19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를 비판하고 협박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측근인 마크 쇼트 전 부통령 비서실장의 경우 e메일을 통해 “당신은 ‘증상’은 정확하게 진단했지만 ‘원인’은 틀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파우치 소장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그는 13시간 뒤 “조언에 감사하다. 알겠다. 가족과 평화롭고 즐거운 하루 되길 바란다”고 짧게 답장해 대립을 피했다.
![마크 쇼트 전 부통령 비서실장이 e메일에서 “당신은 ‘증상’은 정확하게 진단했지만 ‘원인’은 틀렸다”고 지적하자 파우치 소장은 "알겠다"고 짧게 답변했다. [워싱턴포스트 캡처]](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6/03/254ab737-04e3-4ae5-a20a-0f18b0b746f1.jpg)
마크 쇼트 전 부통령 비서실장이 e메일에서 “당신은 ‘증상’은 정확하게 진단했지만 ‘원인’은 틀렸다”고 지적하자 파우치 소장은 "알겠다"고 짧게 답변했다. [워싱턴포스트 캡처]
감정은 자제했지만,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에는 거침없었다. 3월 8일 그레그 곤살베스 예일대 공중보건 역학 부교수에 보낸 답변이 그랬다. 곤살레스 부교수는 e메일에서 “실질적인 지침을 신속하게 제시할 분명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미국 연방 정부의 코로나19 TF 대응팀에 불만을 쏟아냈다.
![지난해 4월 그레그 곤살베스 예일대 공중보건 역학 부교수가 파우치 소장에게 보낸 e메일. 곤살레스 부교수는 e메일에서 미국 연방 정부의 코로나19 TF 대응팀에 불만을 쏟아냈다. [버즈피드 캡처]](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6/03/6e52c747-6936-4d9f-9e08-6f845eaa3814.jpg)
지난해 4월 그레그 곤살베스 예일대 공중보건 역학 부교수가 파우치 소장에게 보낸 e메일. 곤살레스 부교수는 e메일에서 미국 연방 정부의 코로나19 TF 대응팀에 불만을 쏟아냈다. [버즈피드 캡처]
3월과 4월 가오푸(高福)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주임과 주고받은 e메일에서는 그가 중국 보건 전문가와 관계를 놓지 않으려 한 노력도 엿보였다. 당시 가오 주임이 자신의 발언을 잘못 인용한 미국 사이언스지의 보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파우치 소장에 e메일을 보내자 그는 “이해한다. (우리는) 함께 바이러스를 이겨낼 것”이라고 답했다. 또 한 달 뒤 가오 주임이 응원 메일을 보내자 파우치 소장은 “친절한 메일에 감사하다. 이쪽 세상에 몇몇 미친 사람들이 있지만, 모든 것이 괜찮다”고 답장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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