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또 저격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킨다고요? 과대평가로군요. 쿠데타는 체계적인 사고와 계획, 전략이 필요한데 그에겐 그럴 능력이 없습니다.”
존 볼턴(73)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또 저격했다. 16일(현지시간) CNN 뉴스 프로그램 ‘뉴 데이’에 출연한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는 쿠데타를 일으킬 능력이 없다”는 취지로 깎아내렸다. 한때 미국 안보 정책을 두고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통했던 그가 정권 교체 뒤에도 노골적인 뒤끝을 보이며 말 폭탄 공격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간) 볼턴 전 보좌관이 CNN에 출연한 모습. [CNN 캡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7/20/30e74050-e240-4c53-96d8-4eecf2b6aa72.jpg)
16일(현지시간) 볼턴 전 보좌관이 CNN에 출연한 모습. [CNN 캡쳐]
볼턴의 이같은 조롱은, 마크 밀리(63) 현 합참의장이 지난해 대선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쿠데타 시도를 우려했다는 주장과 관련한 질문에서 답하면서 나왔다. 앞서 캐럴 리어닉 등 워싱턴포스트(WP) 기자 두 명이 조만간 출간 예정인 자신들의 신간에서 이같이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짜 뉴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볼턴과 트럼프는 물과 기름 같았다.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를 전통적 국제관계와는 다른 프레임으로 봤지만, 볼턴은 정통파 외교·안보 관료다. 그 중에서도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국가들은 적대시하며 제재 등 강경 정책으로 굴복시킨다는 기조를 가진 ‘네오콘(Neo Con)’의 대부 격이다. 둘이 충돌한 외교·안보 이슈는 여럿이지만 그 중에서도 한반도가 두드러진다.

존 볼턴 보좌관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대외 정책을 두고 수차례 부딪혔다고 한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까지는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로 대표되는 대북 강경 목소리를 냈지만, 2018년부터는 180도 달라졌다.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싱가포르에서 개최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는 등, 양 정상 간의 궁합, 또는 케미스트리를 중시하는 탑다운(top-down) 기조를 취했다. 볼턴과 같은 초 강경 대북 매파의 입장에선 수용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둘 사이의 갈등설은 계속 불거졌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극적 결렬의 배후에 볼턴이 있다는 말도 돌았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북한·이란을 두고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규정한 배경에도 그가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게 본인의 주장이다. 북한은 볼턴을 두고 "인간 쓰레기" "흡혈귀"라는 표현을 쓰며 비난했다.
한반도 이슈뿐 아니다. 볼턴은 이란 핵문제부터 아프가니스탄 철군,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 등을 두고도 트럼프와 각을 세웠다. 트럼프는 “볼턴의 말을 다 들었다면 전쟁을 네 차례는 치렀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만난 모습. AFP=연합뉴스
그런 볼턴이 트럼프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결정적인 계기는 2019년 9월 이른바 ‘트위터 해고’ 사건이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밤 볼턴에게 그가 더는 백악관에 필요 없다고 알렸다”며 경질 소식을 트위터로 알렸다. 볼턴의 많은 제안에 강하게 의견을 달리했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볼턴 보좌관도 곧바로 트위터를 통해 “내가 사임하겠다고 제안했고, 트럼프는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에게 트윗 해고를 당하며 전 세계적 망신을 당했던 인물은 볼턴 이외에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이 있다.
틸러슨과 볼턴이 다른 지점은 여기부터다. 집요하기로 이름난 볼턴은 중앙일보가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공동주최했던 포럼 등 공개 석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공식 비판하기 시작했다. 경질 이듬해 낸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으론 포문을 본격적으로 열고 비판과 조롱을 쏟아냈다.
그는 앞에선 ‘중국 때리기’에 나섰던 트럼프가 재선을 위해 중국에 도움을 요청했고, 자신의 정적이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 부자의 부패 의혹을 조사해달라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군사 원조를 대가로 압박했다고 폭로했다. 최근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볼턴을 데려가 버렸으면 좋겠다”고 악담한 일화까지 공개됐다.

존 볼턴은 2020년에 낸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화를 폭로했다. AFP=연합뉴스
볼턴은 외교·안보 분야 입성 전에 변호사로 일하던 시절에도,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이들이 있으면 스토킹까지 불사한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집요하다는 평이다. 트럼프에 대한 반기 역시 로널드 레이건부터 조지 W 부시 행정부 등을 두루 거치며 외교·안보 엘리트로 통했던 그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자란 볼턴은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에도 공부를 잘해 예일대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다. 이후 예일대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 법무부 차관보, 국무부 국제안보담당 차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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