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통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마약 밀거래를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프간은 전 세계 아편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고 아편 밀수는 탈레반의 최대 돈줄로 추정된다. 아프간과 국경을 접한 중국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프간산 아편이 파키스탄과 신장위구르자치구를 통해 중국으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지난 17일 아프간 장악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어떠한 마약도 생산하지 않을 것이며 누구도 마약 밀수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유엔 마약범죄국이 지난 6월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아프간은 전세계 아편과 헤로인 공급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대부분은 탈레반 점령 지역에서 재배한 양귀비로 만들어졌다. 아프간이 2019년 아편 생산, 소비, 수출로 벌어들인 돈은 최대 21억 달러(2조4540억원)로 추정된다. 그해 아프간 국내총생산(GDP)이 191억 달러였으니 10%가 넘는 규모다. 미국은 그동안 탈레반 마약 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100억 달러를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프간의 양귀비 재배량은 최근 3년간 계속 늘었다. 아프간은 4년 전부터 필로폰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자료들은 탈레반이 아프간 통치를 위해 결국 마약 거래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국제사회 원조가 끊겨 자금난을 겪고 있는 탈레반으로선 별다른 대안도 없는 상황이다. 탈레반의 마약 근절은 아프간 내부적으로 그다지 환영 받는 정책도 아니다. 아프간 빈농들은 밀 재배로 얻는 소득보다 10배 가까운 소득을 양귀비 재배로 얻고 있다고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탈레반이 지난해 아편 재배업자들로부터 4억6000만 달러(약 5375억원)의 세금을 거둬들였다고 밝혔다.
물론 탈레반이 마약 밀수로만 자금을 조달하는 건 아니다. CNN방송은 “서방 정보기관에 따르면 탈레반은 불법적인 광물 채취와 그들이 통제하는 지역에서 거둬들이는 세금, 아라비아만의 민간 기부자 등 다양한 자금원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미군 철수로 아프간 등 중앙아시아에서 마약 거래가 활성화되는 건 중국으로선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 아프간에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헤로인의 주요 경로는 파키스탄과 신장을 경유하는 것이었다. 중국 전문가들은 아프간의 마약 밀수를 억제하지 못하면 국가 안보는 물론 시진핑 국가주석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 프로젝트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마약 밀매에 연루된 세력이 신장의 극단주의 테러 조직과 결탁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아프간에 양귀비를 대체할 수 있는 농작물 재배를 지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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