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동맹 강조하는 미국, 한·미·일 삼각안보체제를 흔든 것은 누구인가 - 경향신문

kobloggko.blogspot.com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스틴, 블링컨 장관, 문 대통령,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스틴, 블링컨 장관, 문 대통령,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외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3월 12일 미국·일본·호주·인도가 참여하는 쿼드(Quad)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16~18일에는 한국·일본 등과의 고위급 회담이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18~19일에는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중국과의 고위급 회담도 마쳤다. 미국은 중국과의 첫 만남부터 한국, 일본과의 결속을 과시했다.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동맹을 부각시키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 견제’의 일환으로 한국과 일본을 강조하면서 주목받는 것은 한·미·일 삼각안보체제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삼각안보체제를 망쳤고, 미국이 이를 복원하려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대체 삼각안보체제가 무엇이고, 정말 한국 정부가 이를 망칠 수 있는 것일까.

■중국 견제와 한·미·일 삼각안보체제

쿼드를 활용한 중국 견제는 예상보다 미미했다. ‘중국’을 겨냥한 발언은 명시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사실 쿼드의 성격이 안보협의체인지 포괄적협의체인지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다. 중국을 견제하는 발언이 나오지 않아도 특별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쿼드 정상회담 직후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쿼드는 군사동맹이 아니다”며 “근본적으로 중국에 관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쿼드 정상회담의 결과물 역시 안보가 아닌 포괄적 논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도국 백신 지원 강화’, ‘기후워킹그룹 설립’, ‘신기술 워킹그룹 형성’ 등이 합의됐다. 오히려 이러한 간접적 중국 견제보다 눈에 띄는 것은 북한과 관련된 합의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의 필요성 확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추진’이 논의됐다. 이는 일본의 국내 정치, 한국의 대북정책과 연관된 사안들이다.

쿼드 정상회담에서 잠잠했던 미국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일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작심한듯 중국 견제 발언을 쏟아냈다.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일본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미국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일본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각각 양자회담을 가진 뒤 4명 모두 참석하는 안전보장협의위원회를 열었다. 회담 결과는 ‘중국’ 비판으로 채워졌다. 이들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존 국제질서와 합치하지 않는 중국의 행동은 미일동맹과 국제사회에 정치·경제·군사·기술적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조는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도 이어졌다. 블링컨 장관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중국은 강압적이고 공격적인 방법으로 홍콩의 자치권을 조직적으로 무너뜨리고 대만의 민주주의를 저해하고 있다”며 “티베트와 신장에서는 인권을 유린하고 남중국해에서 국제법에 위배되는 해양 영유권을 주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런 억압에 맞서야 한다. 한국도 같은 입장을 갖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과의 공동성명에 ‘중국’이 명시적으로 표기되지는 않았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 3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정의용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 3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결과적으로 미국의 중국 견제는 쿼드가 아닌 오랜 동맹국인 한국·일본과의 고위급 회담에서 구체화됐다. 대중국 전선 형성의 근거로 제시된 것은 ‘공산당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억압’이다. 미국은 ‘이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행보는 냉전 시기 공산권 견제를 위해 만들어진 한·미·일 삼각안보체제를 주목하게 만든다.

한·미·일 삼각안보체제는 동아시아 냉전의 역사와 함께한다. 미국은 1950년대 동아시아 안보질서를 재편하며 한국과 일본이 일정한 역할을 분담하는 ‘안보분업구조’를 만들었다. 이른바 ‘허브 앤드 스포크(Hub & Spoke)’ 방식이다. 이는 미국이라는 중심축에 한국과 일본이 독립된 바큇살처럼 연결돼 있는 형태다. 즉, 한일 간에는 직접 동맹이 없어도 중심축인 미국의 역할 조절에 의해 삼각안보체제가 운영 및 유지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의 안보 구조가 필연적으로 ‘방기’(버려짐)의 우려를 만든다는 점이다. 미국과의 연결고리가 느슨해지면 안보를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안보구조 재편을 내세운 미국의 요청은 무시하기 어렵다. 실제로 이와 유사한 상황이 있었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과정 전후에 발생했던 일들이다.

미국은 1957년을 기점으로 이른바 ‘로스토우 노선’을 내세우며 동아시에 대한 군사 원조를 경제개발 원조로 바꾼다. 안전보장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수혜국의 경제개발을 통해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 시기 미국의 무역적자가 시작됐고, 일본은 경제발전으로 미국을 추격하고 있었다. 이에 당시 미국 케네디 정권은 일본의 자금과 기술을 한국으로 이전하는 방침을 세운다. 이를 위해 1961년 11월 케네디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일국교정상화’의 조기실현을 촉구했다.

당시 미국의 다급함은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군사적 측면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1964년 8월 통킹만 사건을 기점으로 베트남 전쟁이 본격화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했다. 미국은 자본주의 진영을 방어하기 위해 기존 안보구조를 재편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선택은 한국과 일본을 ‘우호적으로 연결’시키고, 일본이 한국을 경제적으로 지원해 한반도 안보상황을 개선한다는 것이었다. 1960년대 한·미·일 삼각안보체제의 근간은 이렇게 구성됐다.

■한국은 안보구조 재편을 수용하기만 했나

그렇다면, 1960년대 동아시아 안보구조가 재편되던 당시 한국 정부는 수용자적 역할만 했을까. 한국 외교부가 자랑하는 1960년대 치적 중 하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단안보체제’ 성립을 위한 노력이다. 미국으로부터 ‘방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박 전 대통령은 아시아가 뭉치는 일종의 안보포럼 창설을 시도했다. 미국은 국익에 따라 언제든 주한미군 철수 등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미국이 가는길에 무조건 동참하는것이 최선의 국익’이라는 안보신드롬을 깨고 자주적 외교 노력을 했다. 한·미·일 삼각안보체제, 한미동맹이라는 수단에 집착하지 않고 생존을 모색한 것은 박 전 대통령으로 표상되는 이른바 ‘보수’ 세력이었다.

실질적 노력도 진행됐다. 당시 이동원 외무장관이 1964년 9월부터 대만, 호주, 일본,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태국, 필리핀 등을 방문해 지역안보협력기구 창설 가능성을 타진했다. 1966년 4월 18일 태국 방콕에서 이와 관련한 예비회담을 열고, 6월에는 서울에서 본 회의를 하는 것까지 동의를 얻었다. 하지만 당시 일본이 안보적 측면이 아닌 경제·문화적 측면의 지역협력기구를 주장하며 끝내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것이 1960년대 한국 외교가 주도한 아스팍(ASPAC)창설 노력이다.

지난 3월 16일 일본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왼쪽에서 두 번째) 미국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왼쪽) 국방장관이 도쿄의 리쿠라 게스트하우스에서 모테기 도시미쓰(오른쪽에서 두 번째) 일본 외무상, 기시 노부오(오른쪽) 방위상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16일 일본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왼쪽에서 두 번째) 미국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왼쪽) 국방장관이 도쿄의 리쿠라 게스트하우스에서 모테기 도시미쓰(오른쪽에서 두 번째) 일본 외무상, 기시 노부오(오른쪽) 방위상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미일 회담으로 일본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미국의 대일 방위 의무를 정한 ‘미일 안전보장조약 제5조’ 적용 대상이라는 점과 중국 정부가 해경의 무기 사용을 허용하는 ‘해경법’을 시행한 것에 “우려를 표명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얻었다. 반대급부로 일본은 미국의 중국 견제에 적극 협력하게 됐다. 이는 국익에 따른 일본의 결정이다.

반면, 미국은 한국을 방문하기 전부터 중국 견제를 위한 ‘한일 관계’ 개선을 요구했다. 지난 13일 미 국무부는 “한일 양국의 ‘2015년 위안부 합의’를 포함해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양자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노력을 환영한다”는 논평을 냈다. 또, 한미 회담 시작부터 블링컨 장관은 ‘북한 인권문제’를 지적하며 한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설명을 무색하게 했다.

그럼에도 지난 18일 한미 회담 직후 나온 공동성명에는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역내 평화, 안보 그리고 번영을 증진하기 위해 상호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동성명대로라면 삼각안보체제는 망가진 것도, 한국이 미국의 강화 요구를 거부한 것도 아니었다. 과거 사례에 비하면 오히려 수용적 태도로 보인다.

■중국 견제와 북한문제

한국의 국익적 관점에서 멀쩡한 삼각안보체제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 북한문제다. 미일·한미 회담 모두에서 북한 문제는 다뤄졌다. 미일 회담에서 다룬 북한 관련 사안은 ‘일본인 납치’ 문제다. 박정진 일본 쓰다주쿠대 교수는 “2+2 회담은 지역 안보 협력에 관한 논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중국문제가 다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오히려 일본이 미국에 요구한 것은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 문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블링컨 장관은 일본 방문 동안 양복 상의에 파란색 리본을 달았다. 일본에서 파란 리본은 북한으로 납치된 피해자들의 귀국을 상징한다. 지난 16일에는 납치 피해자 가족이 보낸 서한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매우 감동적”이었다며 “일본인 납치문제를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회담에서는 ‘북한인권’, ‘북핵’문제가 논의됐다. 지난 17일 블링컨 장관은 “북한의 전체주의 체제는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유린’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공동성명에는 “북한 핵탄두 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하고, 이 문제에 대처하고 해결한다는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뚜렷한 대북정책이 세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북핵문제 역시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수준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미국이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한 것을 두고는 “결국 중국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전략적으로 북한 인권문제에 주력하겠다는 것이 아닌 중국의 인권문제와 연계해 북한문제도 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2+2 회담은 대북정책과 관련해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미국은 압박과 외교적 해결을 병행할 생각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당분간 미국의 대북정책을 지켜보겠지만 시간만 흐른다고 판단되면 적대행위를 할 수 있다”며 “문 대통령이 친서 교환을 하거나 비공개 접촉을 해서라도 북한의 반발을 묶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et's block ads! (Why?)

기사 및 더 읽기 ( 동맹 강조하는 미국, 한·미·일 삼각안보체제를 흔든 것은 누구인가 - 경향신문 )
https://ift.tt/390DC43
세계

Bagikan Berita Ini

Related Posts :

0 Response to "동맹 강조하는 미국, 한·미·일 삼각안보체제를 흔든 것은 누구인가 - 경향신문"

Post a Comment

Powered by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