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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수 권력층 양성소' 국립행정학교 내년 폐교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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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대통령, 2년전 약속 이행…공공서비스 연구소로 대체
1945년 국가 재건 위해 개교…권력층 자녀의 출세 등용문으로 전락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소수 권력층 양성소라는 비판을 받는 국립행정학교를 내년 폐교하겠다고 밝혔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 소수 권력층 양성소인 국립행정학교(ENA)가 개교 77년만인 내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는 ‘건드릴 수 없는 특권층’에 대한 프랑스 대중의 분노가 이뤄낸 상징적인 사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지난 2018년 11월부터 전국을 휩쓴 ‘노란 재킷 시위’ 이후 약속한 개혁 조처의 하나였던 국립행정학교 폐교를 내년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본인도 이 학교 졸업생인 마크롱 대통령은 행정학교를 ‘공공서비스 연구소’라는 기관으로 대체할 계획을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연구소가 고위 공무원들을 계속 길러내겠지만, 입학생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 샤를 드골 당시 대통령이 국가 재건을 위해 세운 이 학교가 특권층 자녀들이 권력으로 향하는 관문으로 바뀐 현실을 의식한 것이다. 국립행정학교에 대한 비판은 이 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도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2004년 졸업생들은 졸업식에 맞춰 ‘국립행정학교: 개혁의 시급성’이라는 20쪽 짜리 문건을 내놔 학교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당시 졸업생이었던 마크롱 대통령도 이 문건에 서명했다고 영국 경제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전했다. 국립행정학교가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은 학교 운용과 졸업생들의 이후 경력이 잘 보여준다. 이 학교는 어려운 시험과 면접을 거쳐 한해 80명을 입학시킨다. 이 학교는 대학원 과정(그랑제콜)에 해당하는데, 입학하기 위해서는 고교 졸업시험(바칼로레아)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고 예비학교에 들어가 2년동안 준비해야 한다.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공무원 신분이 되며, 졸업 때는 성적 순으로 원하는 부처를 선택해 고위 공무원의 길에 들어선다.
프랑스 수도 파리에 있던 국립행정학교가 유럽연합(EU) 입법기관 등이 있는 스트라스부르로 옮긴 직후인 1992년 1월 입학식에 학생 등이 참석하고 있다. 스트라스부르/AFP 연합뉴스
전후 8명의 제5공화국 대통령 중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자크 시라크, 프랑수아 올랑드 등 4명이 이 학교 출신이다. 또 현직 장 카스텍스 총리 등 8명의 총리도 이 학교가 배출했다. 이밖에 주요 장관은 물론이고, 에어프랑스, 프랑스철도공사 등 주요 기업 경영진도 이 학교 출신자들이 지배해왔다. 일간 <르파리지앵>은 “이 학교 학생 중 1%만이 아버지가 노동자 계급이라는 통계가 끊임없이 회자된다”고 꼬집었다. 권력층 양성소로 굳건하게 군림하던 국립행정학교에 심각한 도전이 제기된 것은 2018년 겨울 프랑스를 뒤흔든 ‘노란 조끼 시위’가 계기가 됐다. 유류세 인상 반대로 시작한 이 시위는 마크롱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비판 시위로 커졌다. 2019년 들어서도 시위가 잦아들지 않자, 마크롱 대통령은 4월말 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는 국립행정학교 폐교도 포함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폐교 방침을 밝히며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 관습이 너무 강하게 유지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습을 깨겠다는 폐교 약속을 2년만에 실행에 옮겼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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