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9일 오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SLBM은 은밀히 움직이는 잠수함에 탑재돼 어디서든 발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전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북한은 지난달에만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해 신형 미사일을 4번 시험발사하면서 무력 증강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발사는 한·미·일 정보수장 협의와 한·미 북핵수석대표 회동에 맞춰 감행됐다는 점에서 대북 제재 완화 등을 요구하기 위한 ‘압박용 카드’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는 19일(현지시간) “미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합동참모본부는 “군은 이날 오전 10시17분쯤 북한이 함경남도 신포 동쪽 해상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SLBM으로 추정되는 미상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신포 일대는 북한 잠수함기지와 조선소가 있는 곳이라 이번 발사가 잠수함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군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서 미사일 관련 활동을 사전에 파악하고 한·미 정보당국 간 공조하에 예의주시해 왔다”며 “추가 제원과 특성은 정밀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군은 북측이 보유 중인 신포급(2000t급) 잠수함에서 SLBM이 발사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SLBM 3기를 탑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3200t급)을 건조중이지만 아직 진수 단계는 아닌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의 고도는 약 60㎞, 비행거리는 약 590㎞로 분석됐다. 탐지된 사거리 등을 볼 때 ‘미니 SLBM’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이 최근 새로운 SLBM을 잇달아 공개했다는 점에서 신형 SLBM의 시험발사일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북한은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에서 소형 SLBM을 공개한 바 있다. 이 SLBM은 직경이 1m 미만으로 그동안 북한이 공개해온 SLBM ‘북극성’ 시리즈보다는 작아 대남 및 주일미군을 겨냥한 신형 무기로 평가됐다. 이번 북한의 SLBM 시험발사가 성공했을 경우 2019년 10월 ‘북극성 3형’ 수중 발사 성공 이후 2년 만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 간 종전선언과 관련해 논의가 한창인 상황에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통해 ‘대화의 판’을 끌고 갈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종전선언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이중기준 철회’를 요구하며 연이은 도발을 감행한 점에 비춰볼 때 추가 도발 가능성도 크다.
SLBM이 최근 일련의 미사일 시험발사 중 가장 고강도라는 점에서 대화 국면을 조성하려는 우리 정부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편 일본 NHK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번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2발이라고 말하면서 우리 군 당국의 발표와 엇갈린 해석을 내놨다.
김성훈 김영선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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